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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201] 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 와카마쓰 에이스케 [커넥츠북 삼삼한 독서의 태도 4일차]

Ridaman 2019. 3. 23. 04:29
 작가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담담히 술회하고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슬픔과 상실에 불구하고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현실을 본질적인 통찰을 통해서 위로를 주려고 한다. 그렇기에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소 무난한 책이라는 생각이 듬에도 읽으려고 할애한 시간들이 낭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책을 읽으며 몇몇 문구에서, 일상적인 통념을 벗어나게 해주는 문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애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안타깝다는 오시이라고 읽는데, 사랑스럽다도 본래 똑같이 발음했습니다.

 평소 애석, 안타깝다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는, 불쌍히 여기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애석이라는 단어의 본질적인 의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의미가 바탕이 되어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슬픔마저도 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상실과 이별마저도 사랑의 빈자리이기 때문이다.

  • 당신의 친구가 외롭다며 슬피울고 있습니다. 이때 당신은 가만히 곁을 지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존재만으로 친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낄 테니까요.
 작가는 상실과 이별의 감정에 극도로 빠져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기억하고, 자신 내면의 감정을 조용히 들어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문장을 보고 앞서 읽은 T. S. 앨리엇의 황무지의 한 부분인, 항상 당신 곁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세어 보면 당신과 나 둘뿐인데 내가 이 하얀 길을 내다보면 당신 옆에는 늘 또 다른 한 사람이 소리 없이 걷고 있다. 라는 단락이다. 당신 곁에 누군가 없더라도, 힘이 될 목소리(말)은 항상 나의 주변에 맴돌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를 토대로 앞선 문장을 본다면, 꼭 당신의 곁에 있는 것이 사람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슬픔에 빠져있을 때 그 누군가는 결국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다.

  •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독자로 삼아 진실한 글을 쓴다면, 그 글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을 줍니다.
 한 때는 어떻게 글을 써야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까 생각한 적이 있었고, 인상적인 작품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내가 쓰는 글들의 대부분은 자신만을 독자삼아 쓰는 진실한 글이다.